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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9

로만 J. 이스라엘 (신념, 타협, 고독) 영화 한 편이 제 머릿속에서 3년째 지워지지 않고 있습니다. 제작비 2,100만 달러를 들였지만 전 세계 흥행 수입은 1,300만 달러에 그쳤던 영화, 그러나 덴젤 워싱턴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2017년 작 '로만 J. 이스라엘, 에스콰이어'입니다. 흥행 실패라는 숫자 뒤에 숨어 있는 이 영화의 진짜 질문은 하나입니다. 신념을 끝까지 지키는 삶이 과연 가능하기는 한 건지.신념이 부서지는 순간영화 속 로만은 법조계에서 보기 드문 인물입니다. 그는 공익 소송(Pro Bono Litigation), 즉 수임료 없이 사회적 약자를 위해 진행하는 소송에 평생을 바친 변호사입니다. 여기서 공익 소송이란 경제적 이익보다 법적 정의 실현을 목적으로 하는 소송 형태로, 수임료를 받기 어려운 의뢰인을 위해 변.. 2026. 6. 7.
굿 걸 (매너리즘, 감정노동, 페르소나) 현대인의 43%가 직장에서 자신의 감정을 억누른 채 일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그 수치를 처음 접했을 때, 저는 즉시 제 주변의 한 사람이 떠올랐습니다. 영화 속 저스틴처럼, 겉으로는 멀쩡하지만 속으로는 이미 무너지고 있던 사람이었습니다.매너리즘 — 영혼이 먼저 퇴근하는 삶영화 굿 걸의 저스틴은 텍사스의 한 대형마트에서 일하는 30대 여성입니다. 아침마다 같은 유니폼을 입고, 같은 통로를 걷고, 같은 손님에게 같은 미소를 건넵니다. 페인트 기술자 남편 필과의 결혼 생활은 7년째 이어지지만, 두 사람 사이의 온도는 이미 식은 지 오래입니다.이 상태를 심리학에서는 탈진 증후군(Burnout Syndrome)이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탈진 증후군이란 반복적이고 과도한 스트레스 상황에서 정서적·신체적 에너지.. 2026. 6. 5.
라이터를 켜라 (집착, 슬랩스틱, 개연성)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습니다. 200원짜리 볼펜 하나를 찾겠다고 서랍을 세 번 뒤집고, 결국 20분을 날린 날이요. 영화 라이터를 켜라를 보면서 "저게 말이 되냐"고 피식 웃으면서도, 어딘가 낯익은 느낌이 드는 건 그 때문일 겁니다.300원짜리 집착이 만들어낸 슬랩스틱의 힘라이터를 켜라는 전형적인 슬랩스틱 코미디(slapstick comedy) 구조로 시작합니다. 슬랩스틱이란 과장된 신체 행동과 황당한 상황을 반복하여 웃음을 유발하는 코미디 장르로, 채플린의 무성 영화부터 이어져 내려온 가장 오래된 웃음의 문법 중 하나입니다. 이 영화는 그 공식을 꽤 충실하게 따릅니다.주인공 봉구는 예비군 훈련 비용도 없어 부모 지갑을 뒤지다 들키는 인물입니다. 제가 처음 봤을 때 이 오프닝 시퀀스(.. 2026. 5.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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