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9 원더 (편견, 성장, 친절함) 중학교 시절 전학생 한 명이 반에 들어왔을 때, 저도 처음엔 그냥 지켜보기만 했습니다. 말투가 다르고 분위기가 낯설다는 이유만으로 아이들은 금세 선을 그었고, 저 역시 딱히 다가가지 않았습니다. 영화 「원더」를 보고 나서 그때 기억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첫인상이나 겉모습 때문에 누군가를 놓친 경험이 있다면, 이 영화는 분명 뭔가를 건드릴 겁니다.첫인상이라는 함정, 편견은 어떻게 작동하는가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원더」는 단순히 '착하게 살자'는 메시지를 전하는 영화가 아니었습니다. 선천성 안면기형을 가지고 태어난 주인공 어기가 처음으로 일반 학교에 입학하는 장면부터, 영화는 우리가 얼마나 쉽게 타인을 외모로 판단하는지를 아주 정직하게 보여줍니다.여기서 선천성 안면기형이란 태어날 때부터 얼굴 구조.. 2026. 6. 13. 언터처블 1%의 우정 (장애 인식, 우정, 편견 극복)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가 이렇게 사람 마음을 흔들어 놓을 수 있는 걸까요. 「언터처블: 1%의 우정」을 처음 봤을 때, 저는 고등학교 시절 장애인 복지관에서 마주쳤던 한 분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그때 제가 얼마나 어색하게 굴었는지, 그리고 얼마나 틀린 마음가짐을 갖고 있었는지를 이 영화가 정확하게 짚어냈기 때문입니다.영화 속 장애 인식, 사회는 얼마나 달라졌을까「언터처블: 1%의 우정」은 전신마비 장애인 필립과 그의 간병인 드리스 사이의 우정을 그린 작품입니다. 여기서 전신마비란 척수 손상 등으로 인해 몸통과 사지의 운동·감각 기능이 모두 소실된 상태를 의미합니다. 의학적으로는 사지마비(tetraplegia)라고도 부르는데, 일상생활의 거의 모든 부분을 타인의 도움에 의존해야 하는 중증 장애 상태.. 2026. 6. 13. 코치 카터 (교육 철학, 학업 책임감, 자기계발) 운동 잘하면 다 되는 거 아닌가 싶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저도 고등학교 시절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코치 카터」를 보고 나서, 그리고 제 친구의 이야기를 떠올리고 나서야 그게 얼마나 짧은 생각이었는지 깨달았습니다. 승리보다 더 중요한 것을 가르친 감독의 이야기, 지금부터 짚어보겠습니다.체육관을 잠근 감독, 그게 진짜 교육이었을까일반적으로 스포츠 영화라고 하면 극적인 역전승과 감동적인 클라이맥스를 기대하게 됩니다. 저도 처음엔 그런 영화인 줄 알고 봤습니다. 그런데 「코치 카터」에서 가장 강렬했던 장면은 역설적으로 경기가 없는 장면이었습니다.켄 카터 감독은 리치먼드 고등학교 농구부를 맡으면서 선수들에게 학업 성취 기준을 명시한 계약서에 서명하도록 요구합니다. 여기서 '학업 성취 기준'이란 단순히 낙.. 2026. 6. 12. 데이비드 게일 (배경, 반전, 공론화) 죄 없는 사람이 스스로 사형수가 되기를 선택한다면, 그건 광기일까요, 아니면 가장 치열한 형태의 신념일까요. 영화 데이비드 게일을 처음 봤을 때 저는 그 질문에서 쉽게 빠져나올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오래전 인권 단체에서 일하던 시절, 비슷한 결기를 가진 한 사람을 곁에서 지켜봤던 기억이 선명하게 떠올랐습니다.한 남자의 이야기가 품은 배경영화는 뉴욕의 잡지 기자 비체가 텍사스 사형수를 인터뷰하러 달려가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사형을 며칠 앞둔 죄수의 이름은 데이비드 케일. 그는 전직 철학과 교수이자 사형제 폐지 단체 데스워치의 핵심 활동가였습니다. 생명의 가치를 누구보다 열렬히 외쳐온 사람이, 아이러니하게도 동료 활동가 콘스탄스를 강간·살해한 혐의로 죽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비체는 처음에 이 취재가 시.. 2026. 6. 9. 우리 사랑일까요 (타이밍, 감정선, 로맨틱코미디) 사랑이 엇갈리는 데는 단 하나의 이유면 충분합니다. 타이밍. 영화 우리, 사랑일까요?(2005)는 그 잔인한 사실을 두 시간 내내 조용히 증명합니다. 처음 이 장면들을 따라가면서 저는 예전에 지인들 사이에서 직접 목격했던 일이 자꾸 겹쳐 보였습니다. 현실에서도 이렇게 엇갈리는 사람들이 있구나 싶어 마음 한쪽이 무거워졌던 기억입니다.공항에서 시작된 엇갈린 감정선로스앤젤레스 공항. 올리버 마틴은 우연히 에밀리 프리엘을 목격합니다. 연인과 함께 있던 그녀, 그리고 곧 흐트러지는 두 사람의 분위기. 올리버는 그 장면을 눈에 담고, 뉴욕행 대기실에서 다시 에밀리와 마주칩니다. 영화는 이 짧은 만남을 무척 공들여 설계합니다.여기서 주목할 것은 영화가 사용하는 서사 기법 중 하나인 운명적 우연(serendipity).. 2026. 6. 8. 베니와 준 (헌신, 경계, 가족애) 가족 중 한 명이 모든 것을 짊어지는 구조, 과연 그게 진짜 사랑일까요? 영화 베니와 준은 바로 그 질문을 던지는 작품입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고 나서 꽤 오래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동생을 위해 자신의 삶을 통째로 내어준 한 남자의 이야기가, 제가 실제로 목격한 어떤 남매의 모습과 겹쳐 보였기 때문입니다.헌신이라는 이름의 무게베니는 부모를 일찍 잃은 뒤,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여동생 준을 혼자 돌보며 살아갑니다. 카센터를 운영하며 생계를 책임지는 동시에, 준의 일상까지 관리해야 하는 이중 부담을 안고 살아온 셈이죠. 저는 이 구조를 보면서 심리학에서 말하는 공동의존(Codependency)이 떠올랐습니다. 공동의존이란 한 사람이 타인의 감정이나 행동을 과도하게 책임지려 하면서 정작 자신의 삶은.. 2026. 6. 8.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