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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 프랭키 (가짜 아버지, 모성애, 정상가족)

by sweetonion 2026. 5. 29.


아이를 위한 거짓말이 결국 아이를 다치게 할 수 있다면, 그 사랑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요. 영화 디어 프랭키는 이 불편한 질문을 정면으로 꺼냅니다. 저는 몇 년 전 취재 현장에서 비슷한 상황을 직접 목격했고, 그 기억이 아직도 지워지지 않습니다.

가짜 아버지를 부르는 사회, 정상가족 이데올로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취재를 시작하기 전까지 저는 '역할 대행 서비스'가 주로 어르신들을 위한 심부름 대행 정도일 거라고 막연히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현장에서 만난 실태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당시 저는 방송 외주 제작팀 소속으로 역할 대행 서비스의 실태를 취재하고 있었는데, 그때 서진이(가명·초등학교 2학년) 어머니를 만났습니다. 오랜 가정폭력을 견디다 이혼한 후 혼자 아이를 키우던 분이었습니다.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고 "왜 나만 아빠가 없어?"라는 말을 반복하기 시작하면서, 결국 아빠 대행을 고용하기에 이른 겁니다.

이 상황이 생겨나는 배경에는 정상가족 이데올로기가 있습니다.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란 '부모와 자녀로 구성된 핵가족만이 정상적이고 바람직한 가족 형태'라는 사회적 통념을 말합니다. 이 통념이 한부모 가정에 보이지 않는 압박을 가하고, 어머니로 하여금 극단적인 선택을 하도록 내몰기도 합니다.

영화 디어 프랭키 속 리지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청각장애(hearing impairment)를 가진 아들 프랭키에게 수년 동안 아버지 행세를 하며 편지를 써왔습니다. 여기서 청각장애란 소리를 듣는 청각 기능이 손상된 상태를 의미하며, 영화 속 프랭키처럼 선천적이 아닌 후천적으로 발생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리지는 아들에게 아버지가 배 위에서 편지를 보내오고 있다는 거짓을 유지하기 위해 사서함을 따로 만들고, 직접 편지를 써서 넣었습니다.

가짜 아빠와 보낸 하루, 그 온도의 차이

제가 촬영 현장에서 목격한 그날은 서진이의 학교 운동회였습니다. 섭외된 대행업체 직원은 서진이 어머니가 미리 건넨 '아빠 프로필'을 외운 채 등장해, 아이의 손을 잡고 달리기를 하고 도시락을 함께 먹었습니다. "아빠, 이번 주말엔 캠핑 가자!"라며 환하게 웃는 서진이의 모습은 진짜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카메라 뒤에 서 있던 저는 두 가지 표정을 동시에 봤습니다. 아이의 해맑은 얼굴과, 그 뒤에서 초조하게 시계를 들여다보며 비용을 걱정하던 어머니의 그늘진 얼굴이었습니다.

영화 속 낯선 남자도 비슷한 역할을 맡습니다. 단 하루 동안 프랭키의 아버지가 되어주기로 한 그는, 아이와 함께 부두를 거닐고 물수제비를 던지고 처음으로 외식을 합니다. 프랭키는 남자에게 받은 돌멩이를 물 위에 던지려다가 소중한 선물이라는 생각에 살짝 주머니에 넣어둡니다. 이 장면이 제게 유독 오래 남는 이유는, 그 돌이 진짜든 가짜든 아이에게는 진심으로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이런 단기적 정서 보완 효과를 심리학에서는 대리 애착(surrogate attachment)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대리 애착이란 주된 애착 대상이 부재할 때 다른 인물이 그 역할을 일시적으로 채워주는 현상을 말합니다. 아이가 안정감을 느끼는 데 단기적으로 기여할 수 있지만, 그 관계가 지속 가능하지 않을 경우 오히려 애착 불안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거짓말이 무너질 때 생기는 일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많은 분들이 "들키지만 않으면 아이가 행복한 것 아니냐"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서진이 어머니와 몇 달 뒤 다시 만났을 때, 그분은 눈물을 참지 못하며 고개를 숙였습니다. 가짜 아빠 역할을 하던 대행업체 직원이 비용 인상을 요구하면서 "말을 듣지 않으면 아이에게 사실을 알리겠다"고 협박해온 것입니다. 결국 어머니는 아이 앞에 무릎을 꿇고 모든 것을 털어놓아야 했습니다.

이 사례에서 보이는 것처럼, 거짓에 기반한 관계는 심리적 트라우마(psychological trauma)로 이어질 위험이 있습니다. 심리적 트라우마란 충격적인 경험으로 인해 정서적 안정이 붕괴되는 상태를 말하며, 아동기에 경험할 경우 성인이 된 이후에도 대인관계 불신이나 자존감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출처: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영화에서도 리지는 결국 진실을 마주하게 됩니다. 아버지를 대신해 왔던 그 남자가 떠나고, 실제 아버지인 데이비가 죽음을 앞두고 아들을 보고 싶다는 연락을 해옵니다. 리지가 오랫동안 유지해온 거짓의 구조는 하나씩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가짜 아버지를 섭외하는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요소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관계의 일시성: 계약 종료 후 갑작스러운 단절로 아이가 또 다른 상실감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 비밀 유지의 한계: 아이가 스스로 진실을 깨닫거나 제3자에 의해 폭로될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 신뢰 붕괴: 진실이 밝혀졌을 때 부모에 대한 신뢰가 심각하게 손상될 수 있습니다.
  • 착취 위험: 서진이 사례처럼 대행자가 이 비밀을 빌미로 금전적 협박을 가할 수 있습니다.

아이에게 진짜 필요한 것, 그리고 현실적인 대안

제가 직접 취재하면서 느낀 건, 어머니들이 이 선택을 하는 데 드는 용기와 고통이 결코 작지 않다는 겁니다. 비판하려는 게 아닙니다. 다만 그 용기가 좀 더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쓰일 수 있다면 어떨까 하는 마음입니다.

아동 발달 심리학의 관점에서 보면, 아버지의 물리적 부재 자체보다 '안정적이고 일관된 양육자'의 존재가 아이의 정서 발달에 더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정서 발달(emotional development)이란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조절하며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는 능력을 키워가는 과정을 말합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특정 역할의 유무가 아니라, 곁에 있는 어른이 얼마나 일관되게 아이에게 반응해 주느냐입니다(출처: 한국아동심리재활학회).

영화에서 프랭키가 끝내 입을 열었을 때, 그 말을 들은 건 낯선 남자가 아니라 오랫동안 곁에서 편지를 써온 어머니 리지였습니다. 아이는 결국 가장 오래 자신을 지켜봐 온 사람에게로 돌아갔습니다.

한부모 가정을 지원하는 제도적 장치도 점점 넓어지고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들을 알아두면 도움이 됩니다.

  1. 지역 건강가정지원센터의 한부모 가족 심리 상담 프로그램 활용
  2. 학교 내 Wee 클래스를 통한 아동 정서 지원 연결
  3. 멘토링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어른과의 건강한 관계 경험 제공
  4. 부재한 부모에 대해 아이의 나이에 맞게 사실을 단계적으로 설명하는 발달 단계별 솔직한 대화

디어 프랭키가 아름다운 영화인 건 맞습니다. 하지만 스크린 밖에서는 그 아름다움이 쉽게 비극으로 반전된다는 것을, 저는 현장에서 직접 보았습니다.

거짓으로 가린 상처는 덧나기 마련입니다. 아이에게 완벽한 가족 그림을 보여주려 애쓰는 것보다, 불완전하더라도 진짜인 사랑을 꾸준히 전달하는 쪽이 훨씬 오래갑니다. 아이는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이미 느끼고 있습니다. 그 감각을 믿어주는 것, 그게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심리 상담이나 법률적 조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상황에서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시길 권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uSC5f7OPC8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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